MONAMI

문구 편의점·애견 쇼핑몰로 제2도약 꿈꾸는, 모나미 송하경 대표

나의 친구 2013. 1. 4. 11:56

문구 편의점·애견 쇼핑몰로 제2도약 꿈꾸는, 모나미 송하경 대표

 

총 35억 자루가 팔렸으며 매년 50억원어치가 팔린다는 베스트셀러 ‘153볼펜’.

이 볼펜을 ‘국민볼펜’ 반열에 올린 문구명가 모나미가 선거 기표용구 개발, 산업 및 의료용 마커 출시,

문구편의점 창안, 애견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본격화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최근 대대적으로 변신 중이다.

전산화, 디지털화 등으로 볼펜 등 문구류를 찾는 이들이 줄고 있어서다.

 

제 18대 대선이 치러진 지난 12월 19일 전국의 투표현장. 평균 20~3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저마다 기표소로 들어간 뒤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 이름에 도장을 ‘쾅’ 찍고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이날 투표에 참여했다면 그냥 무심히 사용하고 지나쳤던 기표용구(투표도장)를 잠시 떠올려 보자.

뚜껑이 열려 있는 도장을 투표용지에 찍었는데 점 복(卜)자가 들어있는 동그라미 모양이 선명하게 표기됐다.

인주(잉크)도 순식간에 말라버렸으므로 다른 데 묻어날 걱정 없이 용지를 곧바로 접었으리라.

거의 대부분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결정한 상태에서 기표했다고 봤을 때, 이 기표용구는 빠르고 편리한 투표를 도운 데 일조한 듯하다.

 

선거 기표용구 외에도 문구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문구편의점’ 창안, 애견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사업 본격화 등….

문구명가에서 종합 유통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며 과감한 도전에 나선 기업가가 있다.

모나미의 송하경(53) 대표다.

그렇다. 모나미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용해본 ‘국민볼펜’인 ‘153볼펜’으로 유명한 바로 그 회사다.

1963년 출시 후 무려 35억 자루 이상 팔렸단다.

사인펜·플러스펜·매직 등 상표 이름인데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필기구도 죄다 이 회사 제품이다.

송 대표는 창립자인 송삼석 회장의 아들로 20년째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전산화, 디지털화 등으로 볼펜 등 필기구를 찾는 이들이 줄고 있다”며

“지금 모나미는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잡아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기표용구·산업용 마커 개발해 사업 다변화

그가 말한 ‘새로운 기회’의 하나가 선거 기표용구다.

기표용구와 스탬프에 모두 자체 개발한 특수잉크인 ‘속건성 유성잉크’를 적용해 날인 후 오염 및 번짐 현상을 방지하도록 했다.

속건성 유성잉크는 뚜껑을 연 상태에서 약 60일 정도 보관해도 같은 인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선거 기표용구의 경우 도장을 찍는 순간 잉크가 말라야 해요.

찍고 나서 용지를 접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잉크가 빨리 마르지 않으면 기권 표나 다르게 표시될 수 있으니까요.

또 뚜껑을 닫아놓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뚜껑 없이도 잉크가 마르지 않게 해야 하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모나미는 지난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대통령선거에 쓰일 기표용구 업체로 선정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회사의 재무, 실적사례, 연구개발 현황, 노하우, 산업추진 등의 평가 심사를 거쳐 기표용구 최종 업체로 뽑혔다.

반세기 넘게 쌓아온 기술력과 신뢰도가 뒷받침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산업용, 의료용에도 모나미의 독자 기술을 응용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구상한 새로운 분야로 일반 문구와 달리 특정 산업에 쓰이는 마커(표시기구)가 그것이다.

조선소에서 쇠를 용접할 때 쓸 수 있는 ‘페인트마카’, 자동차를 칠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에 마킹할 수 있는 ‘스킬마카’ 등 산업용 펜이 그 예다.

성형외과에서 피부 위에 표시할 수 있는 ‘스킨마카’ 개발도 한창이다.

 

모나미는 설립 이후 줄곧 시장을 리드해왔다.

현재 필기류와 마커류만 포함한 국내 문구 시장 점유율은 28%. 독보적인 1위다. 특히 펜 부문에선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전산화로 문구업계가 침체되고 있지만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찾아 공략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봅니다.”

 

 

종합 유통기업으로의 변신 가속화

현재 모나미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는 유통이 차지한다.

모나미스테이션(디지털 사무 편의점), 출력·디자인 서비스센터(디자인 팩토리)가 있고 전문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사도 여럿이다.

최근에 벌인 사업은 프랜차이즈 문구편의점 ‘알로달로’다.

알록달록한 다채로운 세상을 표현한 이름으로, 문구점과 편의점을 결합한 이른바 문구·디지털용품·캐릭터제품·식음료·문화서비스 등을 한 데 모은

10~20대 전용 종합공간이다.

현재 22개점을 열었는데 올해는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이유는 회사의 이윤도 있겠지만 사회에 대한 기여를 하고 싶어서란다.

“우리 직원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퇴직한 사람들을 보면 조직생활을 하다가 개인 사업을 할 때 굉장히 힘들어하더군요.

그래서 최대 1억원을 투자해 한 달 수익으로 인건비를 포함해 200만~300만원을 벌 수 있고

폐업 시에는 투자금의 70% 정도 회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죠.

알로달로는 은퇴자들이나 요즘 같이 변화가 심한 골목상권에서 뭔가 변신을 하고 싶은 기존 문구점 종사자들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사업하기 적합한 모델입니다.”

 

송 대표가 열정을 쏟는 또 하나의 대상이 있다. 견공(犬公)들이다.

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애견가다. 직접 훈련을 시키고 브리딩(교배)도 한다.

도그쇼에 여러 번 참가했으며 ‘모나미랜드’라고 전문 훈련소도 만들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의 모나미 본사 옥상에 설치된 견사엔 셰퍼드, 로트와일러, 복서 같은 개들이 10여 마리.

옥상 문을 열고 들어서자 10여 마리가 일제히 짖어대는데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심장이 벌렁거려서 한 발짝도 움직이기 어렵다.

“언제부터 개를 좋아했나요”라는 질문에 대답 대신 사장실 벽에 걸린 작은 액자를 가리킨다.

어린 꼬마가 셰퍼드 한 마리와 함께 찍은 흑백 사진이다.

개에 대한 관심과 취미가 자연스레 사업으로 이어진 게 애견 종합 온라인 쇼핑몰 ‘모나미펫’이다.

모나미의 관계회사로 시작했지만 지난 6월 송 대표가 정식 대표이사로 취임,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펫코디’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쇼핑몰을 ‘모나미펫’으로 기업 BI 디자인도 바꿨다. 반려동물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싼 가격’이란 인식이 대부분”이라며 “단순히 저렴한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모나미펫 사업의 새 캐치프레이즈는 ‘아는 만큼 보인다’입니다.

개를 이해할수록 더 많은 것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개의 눈물이 많아져 염증 나면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빨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또 개는 치석이 껴서 잇몸병이 나는데 이럴 땐 딱딱한 걸 먹여 잇몸을 튼튼하게 해줘야 하죠.

모나미펫에서는 이런 자세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제품을 살 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무가지도 만들 예정이에요.”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약 1000만 명.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셈이다.

고령화, 저출산, 이혼 증가 등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1~2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과 인생을 같이 하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송 대표는 향후 사업 전망도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반려동물 사업의 밑그림도 단지 ‘개’가 아니라 ‘개와 함께 하는 삶’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얼마 전, 사료 수입업체·유기동물 보호센터와 손잡고 유기동물 돕기 캠페인 ‘십시일반’을 벌였다.

손쉽게 반려동물을 구입하고 싫증나면 버리는 왜곡된 국내 반려문화를 해결하고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인식의 전환과 키우는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송 대표는 “용도에 맞게끔 개들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반려동물 에티켓 프로그램, 호신견 훈련 프로그램 운영 등

펫 비즈니스와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희진 h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