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MI

추억의 동네 문구점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나의 친구 2012. 11. 23. 11:43

모나미를 만들어 준 그들, 모나미가 만들어 줄 그들 추억의 동네 문구점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때로는 기호가 실존을 대리한다. 하나의 정의를 통합한 이 ‘대표성’은 ‘통합’적인 합의를 전제하기에 더 친숙하다. 그래서 우리는 ‘조미료’ 보다는 ‘미원’이, ‘자양강장제’ 보다는 ‘박카스’가 피부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러한 대표성은 ‘익숙함’이라는 부작용을 만들곤 한다. ‘펜’이라는 실존이 ‘모나미’라는 기호로 대체될 때 우연히 떨어뜨린 ‘모나미’는 ‘나중에 주우면 되지’라며 우선순위에서 밀린 익숙한 정의가 돼버린다.

“너무나 익숙해서일까. 학교 앞 아이들의 ‘아지트’로 대체된 문구점은 물건이 꽉 들어찬 대형 문구점 앞에서 속절없이 외면당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편하게 드나드는 문구점의 ‘정(情)’을 보편화 시키고 싶었다.” 모나미 송하윤 부사장은 ‘알로달로’의 탄생을 이처럼 표현했다.

 

모나미를 살려 준 사장님들
모나미의 가장 훌륭한 영업 사원은 동네 문구점 사장님들이다. 이들이 모나미를 ‘펜’의 대명사로 올라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문구점을 보며 소중한 직원을 잃는 사장의 쓰린 가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 방법이 필요했다. 일단 모나미가 가장 강한 부분을 찾기 시작했고, 아울러 다른 대형 매장에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분석했다. 그렇게 틈새를 찾아 동네 문구점 사장님들이 적용 시킬 수 있는 일종의 툴을 만들고자 했다.

어쩌면 ‘알로달로’의 아이템은 그 사장님들이 귀띔 해준 소중한 아이템인지도 모른다. ‘알로달로’의 준비 과정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나미를 살려 준 사장님들, 그리고 그들로 인해 만들어진 아이템이라는 생각은 결국 실제로 ‘알로달로’를 성공 괘도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모든 매장의 컨셉, ‘알록달록한 다채로움’
처음 시장조사를 위해 동네 문구점에 갔을 때 옛날 생각에 잠시 발걸음이 멈추기도 했다. 하지만 문구점 앞에는 예전처럼 아이들의 웅성거림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사는 간절한 시선도 더 이상 없었다. 그저 데리러 오는 엄마의 차를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후 찾은 대형 문구점. 이곳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엄마의 손을 잡고 좁은 상품 진열대 사이를 다니는 모습과 필요한 목록을 따라 점원에게 물어보고, 물건을 사고, 쫓기듯 사라지는 모습들에서 어렴풋이 기회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고심한 끝에 ‘문구편의점’을 기획했다. 먼저 일반 문구는 물론 푸드, 시즌, 펜 캐릭터 등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7가지 섹션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문구점에서만 살 수 있는 것 외에 대형 백화점에서나 살 수 있는 용품들을 트렌드에 맞게 배치했다.

문제는 최근의 트렌드는 시분을 다투며 변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인기 물품이 무엇인지 늘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통계를 내서 적용하여, 그 결과는 각 매장에 적용시켰다. 아울러 각 지역에 따라서 학생들이 선호하는 유행을 분석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간적 측면은 물론이고 공간적 측면까지 분석하여 적용한 결과 현재 20개의 매장으로 확장됐고, ‘울긋불긋’, ‘알록달록’이라는 다채로움을 자연스럽게 각 매장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목표는 ‘이윤’이 아닌 ‘보답’
‘알로달로’의 1호점인 구의점이 오픈했을 때 예상 외로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대형 문구점이 동네에도 생겼다’는 인식이 일반적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방문한 학생들은 ‘알로달로’만의 독창적인, 한 주체로 인식했던 것이다. 드디어 예전처럼 물건을 사지 않고 구경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우리 매장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프랜차이즈를 사업이 아닌, 동네 문구점들에게 보답하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찾고 싶다. 단순히 매장을 열어주는 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분석한 수많은 상권조사와 통계 등을 통합하여 각 매장에게 솔루션 형태로 제공했다. 이러한 솔루션을 통해 매출 관리는 물론이고, 입점 위치까지도 선정할 수 있는 강력한 툴이 마련된 것이다.

현재 프랜차이즈 산업은 한국에서 상당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진출하는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공에 있어서는 방점을 찍기가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로달로’는 단시간에 20개점을 오픈했고, 폐업률은 1%라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

정감 있는 ‘아지트’의 부활
‘알로달로’는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가 많다. 먼저 인터넷 시대에 맞춰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 등굣길에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현재 입점을 준비하고 있는 매장이 30개다. 내년에는 50개로 늘려 총 7~80개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 처음 시작이 모나미를 만들어준 동네 문구점 사장님들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철학은 끝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포부도 그 초점은 여전히 초심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이는 즉, 문구점 사장님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차갑고 딱딱하기만 한 대형 문구점에서 돌아와 다시 정감 넘치는 ‘아지트’로써의 문구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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