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송하경 사장 "볼펜 만드는데 300억짜리 공장이 웬 말"
안성공장 매각…용인 본사 인근 부지 매입, 물류공장 조성
문구제조에서 문구 유통·프랜차이즈 사업 확장
"250원짜리 볼펜 만드는데 300억원짜리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바보 짓입니다. 안산 산업단지 땅이 3.3㎡(1평)당 350만원 이상입니다. 태국에선 10만~20만원 정도면 같은 크기의 공장을 세울 수 있어요.”
모나미의 육각형 ‘153’ 볼펜은 그야말로 ‘국가대표급’ 볼펜이다. 하지만 모나미 공장은 국내에 한 곳도 없다. 송하경(51) 사장이 ‘몽땅’ 팔아버렸기 때문이다. 제조는 해외로 돌리고 사무용품 유통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기 위해서였다.
송하경 사장은 “대한민국 대표 문구업체에서 유통업체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한다. 다음은 송 사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모나미 변천사는?
"모나미는 1960년 전에는 외국에서 염료나 학생들이 쓰는 그림물감 같은 것을 수입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1959년 말에 정부에서 국산품 애용을 권장하면서 수입품을 금지하는 바람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그림물감을 만드는 회사로 재출범했다. 이후 문구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으며 1994년에는 잉크 카트리지를 판매하는 한국HP 총판을 따내기도 했다.
2005년에는 제조업에서 유통업으로 상장변환했다. 문구 용품을 다루는 작은 회사기 때문에 별다른 위기는 없었지만, 한 번은 공장에 불이 나면서 곤란을 겪은 적도 있다. 다행히 보험금도 나오고, 직원들도 더 열심히 하고 해서 오히려 기계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대표상품인 ‘153 볼펜’ 탄생배경과 판매실적은?
"모나미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하나하나 보면 항상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남이 하는 것을 카피(copy)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한국에서 계속 선보였던 것이 오늘날 모나미가 존재하는 이유다. 대표상품인 ‘153 볼펜’도 그렇다. 1963년 당시만 하더라도 만년필이나 펜촉으로 글을 썼을 때인데, 우리나라 최초로 만든 볼펜이다. 당시 15원이던 가격이 지금은 250원이 됐다. 그동안 자동화도 많이 됐고, 많이 생산하다보니까 구입하는 원재료도 저렴해졌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또 학생들이나 사무실에서 많이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않고 있다. ‘153’ 볼펜은 하루 15만자루씩 팔려나가며 아직도 모나미의 베스트 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 국내 공장은 없는데 어떤 생산체계를 갖고 있나?
"현재 국내에는 공장이 없다. 계열사로 다 이전했다. 대기업으로 분류됐으니 인건비 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안산공장이 너무 비쌌다. 안산공장은 내수 제품만 만들기 때문에 공장 여유도 많았지만, 공장 부지의 가격이 3.36제곱미터당 350만원이 넘었다. 300 짜리 공장에서 250원짜리 제품 만드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모든 생산라인은 태국으로 이전했다. 태국은 3.3 제곱미터당 10만~20만원 선으로 훨씬 싸다. 안산공장을 매각한 자금을 가지고, 옛 조달청 구매본부 부지를 샀다. 물류 창고로 쓸 계획이다. 이 위치면 수도권에서는 물류창고로 최고 위치다. 유통회사의 변신과 잘 맞아떨어져 나름대로 의미가 깊다고 본다.”
- 앞으로의 신규사업 계획은?
"정년 퇴임한 직원이나, 정년을 앞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들이 할만한 일이 많지 않다. 피자, 통닭 같은 음식 프랜차이즈 말고는 대안이 별로 없다. 외국의 경우 1인 기업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굉장히 편협돼 있다. 임대보증료 빼놓고 5000만원 정도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문구 프랜차이즈로, 다른 업종보다 월평균 3배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 시범사업으로 서울 광진구 쪽에서 운영해 보고 있다. 향후 사업의 우선순위는 직원들에게 줄 것이고, 외부에도 열어 둘 것이다. 학교 앞 문방구를 옛날 스타일로 혼자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우리 문구 프랜차이즈를 통해 좋은 사업을 꾸릴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 천안함 폭침에 사용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힌 매직 글씨 논란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정부기관에서 질문이 와서 저희 나름대로 분석을 했다. 연구소 직원이 실제 서해안에 가서 물을 떠다가 스테인레스 금속에 우리 회사가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파란색 유성 펜을 칠해서 담가 놓았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 매직 글씨가 변하지 않았고, 또 녹이 슨 데는 써지지도 않았다. 시간대로 사진을 찍어놓은 것도 있다. 발표 여부를 고민해 봤지만,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발표하지 않았다. 사실 모나미가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브랜드였다면 이번 논란이 회사에 득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이 모나미를 잘 아는 상태에서 논란이 된 것이라 이게 회사에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허허허.”
- 앞으로 모나미의 모습은?
"지금까지 유통업을 한다고 계획도 많이 세웠는데, 앞으로 4~5년간 기틀을 더 닦고 뿌리를 내려 수준을 높일 것이다. 볼펜 종주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제조업과 최고의 문구유통 업체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
비즈니스앤TV 최보윤 기자 boyun7448@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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