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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2012. 8. 2. 09:28

 

당신의 성격은 외향적인가, 아니면 내향적인가? 한 때는 이 성격이 성공을 좌우하는 갈림길 처럼 느껴졌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성공인의 모델이라며 심지어 기업체 입사시험 때에도 성격테스트를 했다. 그러나, 저자 수잔 케인은 이것이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내향성 덕분에 특정한 일을 달성했던 많은 사람들의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변호사인 로라라는 젊은 여성은 스포트라이트를 무서워하고 공격을 싫어하는 조용한 공상가였다. 하버드 법대는 원형극장 같은 큰 공간에서 수업이 진행된다. 한번은 그녀가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수업에 들어가는 길에 토하기도 했다. 신참 변호사로 처음 3년간 의뢰인의 업무에 부딪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함께 일하는 고참 변호사가 휴가를 떠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협상을 맡긴 것이다. 의뢰인은 은행 대출을 연체한 상태에서 계약을 재협상코자 했다. 협상 테이블에 은행측 사람들, 한쪽엔 법무 자문위원, 다른 한쪽엔 재무 책임자가 앉아 있었다. 모두들 그녀가 말을 꺼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간단한 질문과 거친 상대방의 행동을 무시하면서 결국 합의를 도출했다.
로라는 부드럽게 일을 처리하려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회사에 새로운 일감을 따내고, 자신은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받았다. 굳이 목소리를 높이고 책상을 내려치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로라는 자신의 내향성이 자기 존재의 일부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1921년 심리학자 칼 융<심리 유형>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는 '내향적인 사람''외향적인 사람'이라는 용어를 널리 소개했다. 내향적인 사람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에 집중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사건 자체에 빠져든다고 말했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지낼 때 배터리를 충전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어울리면서 충전한다. 하지만, 현대의 연구자들은 누구에게나 맞는 외향성, 내향성의 정의는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인 사람 같은 건 없다.
그런 사람은 정신병동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 칼 융

 

1873년 뉴욕 북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셔토쿼 운동은 빼어난 연설가들을 방방곡곡에 보내 문학, 과학, 종교에 대해 강연하도록 했다. 시골 사람들은 이들을 귀한 손님으로 여겼다. 이 날 한 연사는 자신이 무일푼에서 부자가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이야기에 젊은 데일은 감동을 받았다. 그는 웅변대회에서 우승하는 학생들이 지도자로 비춰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웅변 연습에 노력을 기울였다. 끈기있는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웅변 챔피언이 되어 학교의 영웅이 되었다. 
1908년 그가 대학을 떠날 무렵, 미국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양산 판매하고 있었다. 경제가 바뀌자 기업은 이에 걸맞는 인재들이 필요해졌다. 판매원, 사교 기술자, 동료들과 잘 융화하면서 그들보다 뛰어난 실적을 올릴 사람 등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사람이 바로 데일 카네기다.

 

그는 대중 연설교습소를 차렸다. 뉴욕시에 위치한 YMCA 야간학교에서 첫 강의를 시작했다. YMCA에서는 이 강의가 별 흥미를 끌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돌풍이었다. 그는 데일 카네기 연구소를 설립하여 기업가들이 자신 없어 하는 것들을 근절하도록 도왔다. 1913년 그는 <데일 카네기 성공대화론>을 출간했다.
심리학 분야에서도 성격 문제를 다루면서 자신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에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지배 - 복종' 진단법을 만들어 사회적 지배력을 측정하려 했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었던 그는 당시의 문화가 공격적인 수완가에 더 가치를 둔다고 지적했다.
이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열등의식이란 개념은 외향적인 사람이 마치 우월한 것처럼 불을 질렀다. 그의 베스트셀러 <인간 본성 이해하기>의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열등의식은 삶의 문제를 폭넓게 설명하는 만능 해법이되고 말았다.

 

"자신감이 없는가? 소심한가? 순종적인가?"

 

1920년대의 양육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성격을 개발하도록 돕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교육자들은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을 '부적응 성격'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줍음은 알콜중독과 자살의 결과로 이어질 소지가 있고, 외향적인 성격은 사회적, 재정적으로 성공을 가져준다고 경고했다. 이에 학교는 성격개조에 초점을 맞추었다. 당연히 부모들도 어울리는 태도가 이상적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어린이들이 성장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에 지원할 때, 사교적이어야 한다는 기준에 마주치게 된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가장 외향적인 후보를 찾았다. 하버드나 예일대학교에서는 '건강한 외향적인 아이들' 또는 '모난 데 없이 둥근 사람'이라는 입학 적격기준을 제시했다. 아무튼 인격을 버리고 성격을 취한 풍조는 자기계발 기법으로 이어지면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여전히 스테디셀러이다.

 

"총명하지만 내향적인 아이는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자기계발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저자 앤서니 로빈스는 자기계발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이 좀 더 에너지 넘치게 바뀌고, 삶에 탄력이 생기고, 두려움을 정복할 수 있는지를 터득한다는 홍보문구로 자신의 워크샵으로 피교육자들을 끌어 모은다. 그의 천재성은 참석한 청중들을 열등함에서 우월함으로 옮겨가는 여정을 공유하게 한다.

 

1908년에 설립된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세상을 바꾸는 지도자를 가르치는 곳"으로 평가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하여, 미재무장관들, 뉴욕시장들, 골드만삭스나 GE 같은 기업체 CEO들이 이곳 출신들이다. 이곳의 교수법은 은근히 '확신' 쪽으로 기운다.
이곳 신입생들은 매년 가을 '아북극 생존 상황'이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참여한다. 수상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아북극 지역의 동쪽 연안에 불시착하는 상황을 설정한 후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중요한 순서대로 배치하라등이다.
이 연습의 핵심은 시너지 효과를 가르치는 것이다. 개별보다는 팀의 순위가 높은 것을 성공적인 시너지 효과로 해석한다. 팀원 중 누구라도 팀 전체 순위보다 높다면 이 그룹은 실패한 셈이다. 학생들이 자기주장을 지나치게 앞세우면 이런 상황에 놓일 확률이 높다.

 

"가장 목소리 큰 사람이 제안하는 대로 행동지침을 정하게 되었죠. 목소리 작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냥 무시되었고요. 무시된 아이디어들은 우리를 생존하도록,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목소리 큰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말할 때 보여준 확신 때문에 결국은 무시되고 말았죠. 나중에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당혹스럽더군요"

 

우리는 말 많은 사람을 지도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말이 많을수록, 다른 멤버들이 그 사람에게 주목하게 되고, 회의가 길어지면서 그 사람의 권한은 점점 커진다. 또한, 우리는 말이 빠른 사람을 더 능력 있고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말 많은 사람이 통찰력도 뛰어나다면 이런 현상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그런 상관관계가 없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큰 목소리 리더십' 모형과는 반대로, 효과적인 CEO들 중 상당수가 내향적인 사람들이다. 찰스 슈워브, 빌 게이츠, 새라 리의 CEO 브렌다 반스, 딜로이트 투쉬 토마추의 전 CEO 제임스 코플랜드가 그런 인물들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들어보자.

 

"함께 일해본 가장 효율적인 지도자들 중 일부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지냈고 일부는 극도로 사교적이었다. 내가 만난 효율적인 사람들의 한 가지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에게 '뭔가'가 없다는 점이었다. 즉, 그들은 '카리스마'가 거의 없었고 ......"

 

경영이론가 짐 콜린스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말에 최고의 성과를 거둔 기업들 중 상당수는 '레벨 5 지도자'가 이끄는 곳이었다. 이 예외적인 CEO들은 과시나 카리스마가 아니라 극도의 겸허함과 강력한 프로 의식으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유명한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내용에 다윈 스미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다윈 스미스킴벌리-클라크의 책임자로 재직한 20년간 회사를 세계적인 제지회사로 탈바꿈시켰으며 시장 평균보다 4배나 높은 주식 수익률을 달성했다. 그는 수줍음 많고 온화한 성품의 남자로 J.C. 페니 정장을 입고 꺼벙해 보이는 검정 뿔테 안경을 끼었으며, 혼자서 위스콘신에 있는 농장을 어슬렁거리며 휴가를 보낸다. 기자가 그의 경영방식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희한하게요"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외향적인 지도자들과 어떻게 달리 경영했을까? 한 가지의 답은 와튼 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로부터 얻을 수 있다. 그는 많은 시간을 들여 포춘 500대 기업의 경영자 및 군 지도자들을 상담했다. 그의 사례를 살펴보자.
한 공군 대령이 있었다. 그는 수천 명의 병사를 통솔하면서, 보안 등급이 높은 미사일 기지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전통적인 내향성 인물이었다. 자기 의견을 주장하거나 대화를 장악하기 보다는 다른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그는 폭넓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권위 뿐만 아니라 통솔 방식도 존중받았다. 부하들의 핵심적인 의견을 의사결정에 수용했다. 더구나, 그는 공功을 받는 일이나 책임을 맡는 일엔 흥미가 없었다. 그는 그저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겼다. 기존의 연구에는 대령과 같은 사람의 재능이 반영되었을까? 살펴본 결과,

 

외향성과 리더십 간의 상관관계는 미미했다.

 

"결국 지도자들은 말을 엄청 많이 하게 되고 사람들이 제시하려고 하는
아이디어를 전혀 듣지 않게 될 때가 많더군요"
- 프란체스카 지노

 

그랜트 교수는 가설을 세우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프란체스카 지노와 노스캐롤라이나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호프만과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수동적일 때 집단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능동적일 때 더 효과적이라는 가설이었다.

 

첫 연구에서
미국 5대 피자 체인점 중 한 곳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관리하는 매장의 주간 수익이 내향적인 사람들이 관리하는 매장의 주간 수익보다 평균 16% 높은 점을 발견했다. 단 직원들은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하는 경우였다. 내향적인 지도자들이 작업 방식을 개선하려고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했을 때, 이들 매장은 외향적 관리자들이 경영하는 곳보다 14% 수익이 높았다.

 

두 번째 연구
163명의 대학생을 여러 팀으로 나누어 티셔츠를 10분 안에 최대한 많이 접도록 경쟁을 시켰다. 각 팀에는 몰래 배우를 두 명씩 포함시켰다. 어떤 팀에서는 배우들이 수동적으로 행동하며 지도자의 지침을 따랐다. 어떤 팀에서는 배우 중 한 사람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고, 지도자에게 건의했다. 내향적인 지도자는 제안을 수용할 확률이 20% 높았고, 이들이 이끄는 팀은 외향적 지도자의 팀보다 24% 나은 결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하라는 대로만 할 경우 외향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팀이 내향적 지도자의 팀보다 22% 높게 나타났다.

 

내향적인 지도자는 능동성이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티셔츠 접기 연구에서, 팀원들은 내향적 도자들이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이라고 느꼈으며, 이 때문에 더 열심히 셔츠를 접었다고 고백했다. 반면 외향적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데 몰두하다 보니 타인의 좋은 아이디어를 놓치고 수동성에 빠지도록 만들 소지가 많았다. 하지만 타고난 능력으로 외향적 지도자들이 수동적인 일꾼과 함께 일할 때 훨씬 뛰어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분야의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출애굽기'의 지도자 모세는 매우 소심했던 인물이다. 말도 더듬거렸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능력도 떨어졌다. 신이 불타오르는 가시덤불의 형상으로 자기 앞에 나타났을 때, 그는 장인의 목동으로 일하고 있었다. 신이 모세에게 유대인을 해방시키라고 계시할 때 그는 다른 사람을 보내라고 말할 정도였다. 형인 아론과 짝을 지어주자 그는 임무를 맡겠다고 동의했다. 아론은 외향적이었다. 신은 왜 말더듬이를 예언자로 선택했을까? 사람들이 모세를 따른 것은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은 사려가 깊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는 결단코 말이 능한 자가 아닙니다.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합니다"

 

스티븐 위즈니악이 없었다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탄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세 살 때부터 전자기기에 집착한 독특한 인물이다. 그의 회고록 <스티브 위즈니악>에 의하면 1975년 3월 5일 그는 홈블루 컴퓨터 클럽의 첫 모임을 갖고, 그날 밤 귀가하여 최초의 개인 컴퓨터 디자인을 스케치했다. 오늘날 사용하는 그 모양이다. 키보드와 화면을 그렸다. 석 달 뒤 기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열 달이 지난 뒤 그는 스티브 잡스와 애플 컴퓨터를 공동 창업했다. 그가 첫 PC를 만들기까지의 이야기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가 늘 혼자였다는 사실'이다. 그의 회고록은 이렇게 적혀 있다.

 

내가 만나본 엔지니어와 발명가들은 대부분 나처럼 수줍음을 타고 생각이 많다.
거의 예술가 같다.
'혼자 일할 때 가장 잘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론적이고 미적인 부분에서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호주의 노벨상 수상 소설가 패트릭 와이트, 호주의 국민화가 아서 보이드와 같은 내향적 지도자들은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냈거나 현존하는 지식 체계를 바꾸어 놓았다. 그들은 긴긴 시간을 혼자 지냈다.
외향성과 내향성은 공생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가장 효율적인 팀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건전하게 섞여 있고, 리더십의 구조도 다양하다. 리더의 역할과 기타 역할이 개개인의 장점과 기질에 따라 잘 배분되도록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문화의 관점에서 본 내향성에 관한 것이다. 저자의 주요 관심사는 '행동하는 사람''사색하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이고, 이 두 가지 유형을 조화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세상은 나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향성과 외향성 어느 한쪽으로만 완전히 쏠리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의 3분의 1에서 절반은 내향적이다. 따라서, 관리자는 내향적인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깊은 생각으로 전략을 세우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아울러 위험을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익한 내용이 즐비하다. 기업체의 관리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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