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보지마세요. 절대 듣지마세요
쉿! 이건 절대 비밀인데 말이야, 사실 어른들은 우리를 잘 몰라
이제는 천사가 되어버린 아름다운 19세 소녀의 입을 통해 듣는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외로움, 슬픔, 그리고 쓸쓸한 내면의 이야기
우리 아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는 것, 따로 있지 않아요
무표정한 어른의 얼굴, 정들었던 무언가와 헤어지는 일, 아빠의 고함 소리,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어주지 않을 때 느끼는 막막함, 혼자 지내야 하는 생일날 같은 것들
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서서 진지하게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던 아이들에게, 작가 변선진이 남긴 창작 일지에는 이 그림책을 위해 기울였던 온갖 수고로움과 심사숙고가 담겨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열정까지 깨닫게 해줍니다.
19세의 어린 나이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한 소녀가 남긴 특별한 그림책이 화제다.
대안학교인 금산 간디학교를 나온 고 변선진 양은 ‘오랫동안 구상하고 노력을 기울여’ 졸업작품이자 데뷔작(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를 세상에 내놓았다.
책을 출간한 ‘바람과아이들’ 측은 변양에게 글과 그림을 가르친 한 작가를 통해 출판사에 작품이 전해졌으며, 훌륭한 재능에 공감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작 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변양은 아쉽게도 완성된 책을 보지 못했다.
변양은 ‘재생불량성 빈혈중증’이란 병에 걸린 지 불과 두달 만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어른들을 향한 아이의 속마음을 담아낸 이 책의 제목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는 ‘제발 봐주세요, 제발 들어주세요’의 반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사랑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른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나봐. 아무것도 몰라. 정말로 내가 무엇 때문에 우는지 말야!”라며 답답함과 서운함을 털어놓는다.
글이 많지는 않으나, 표현력이 풍부하고 재치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그림은 그 자체로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드러내주기도 한다.
아이는 말한다. “피망쯤은 사실 그냥 먹을 수도 있어. 치과, 주사도 별거 아니지. 오밤중에 나타나는 괴물? 걘 내 친군데?”
정작 ‘정말로 무서워하는 건’ 따로 있다. ‘상상만 해도 가슴속에 눈물이 가득 차는 건’ 따로 있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데굴데굴 굴러도 아무 표정도 없는 삼촌”, “엄마도 아빠도 모두 바빠 텔레비전만 봤던 나의 생일날”,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이야기해도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던 날”, “아빠 엄마가 크게 싸우던 밤 온 집에 울려 퍼졌던 고함소리”가 그것이다. 아이는 ‘우왕!’ 큰 울음을 터뜨린다.
저자 : 변선진
1991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며 금산 간디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피망도 잘 먹고, 치과도, 주사도 무서워 않고, 외국인 앞에서 기죽지 않고, 어둠 속 시계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괴물과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어른이 되는 것, 헤어짐, 무관심, 믿음을 잃는 것, 아빠의 고함소리를 무서워합니다. 또한 그림 그리기, 콧노래 부르기, 이야기 나누기, 주위사람 흉내 내기, 우스갯소리를 모두 할 수 있는 작은 일상을 좋아합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자는 간디학교 졸업논문에서 이 책에 관해 “진짜 눈여겨, 마음을 써서 볼 어린 아이들의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것,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역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다독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 그것은 바로 관심. 따뜻함. 사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8년 여름, 2학년 때는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자. 남이 보았을 때 우아 멋진 사람이다란 얘길 듣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가 나에게 ‘멋진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백배 천배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엄마 아빠에게 자랑스런 나보다 선생님께 믿음직한 나보다 진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를 찾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변양은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어른이 되는 것, 헤어짐, 무관심, 믿음을 잃는 것, 아빠의 고함소리”가 무섭다고 했다. 이 책뿐만 아니라 변양의 다른 여러 글 등을 참조하면, 그는 무표정·무감각·무관심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 ‘자랑스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 즉 성공을 위한 경쟁이 어른과 아이, 친구와 친구 사이의 ‘나눔’을 단절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출판사 측은 “이 그림책이 마지막 유고가 되어버린 점은 몹시도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 청소년들이 가진 가능성을 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소통에 대한 열망이 “공감과 연대라는 좀더 보편적 가치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한 기대이다.
어른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나 봐, 아무것도 몰라!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이가 좋아하는 거라면, 아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맛좋고 영양 많은 음식, 폭신한 인형, 씽씽 달려가는 장난감 자동차, 달콤한 초콜릿…….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으면 당연히 달려가서 도와줄 테고, 치과처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일을 할 때면 차분하게 달래줄 수도 있다. 이런 엄마 아빠가 있다니,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지? 과연 그럴까?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는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어른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나 봐. 아무것도 몰라”로 시작하는 그림책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피망이나 치과, 주사를 무서워하고, 길가다가 만난 외국 사람을 두려워하고, 깜깜한 어둠 속 괴물이 나타날까 봐 벌벌 떠는 줄 안다.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아이들이 정말로 무서워하는 건, 상상만 해도 가슴속에 눈물이 가득 차는 건 따로 있다. 아이가 무엇을 해도 무표정한 어른의 얼굴, 정들었던 무언가와 헤어지는 일, 온 집안에 울려 퍼지는 아빠의 고함 소리,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어주지 않을 때 느끼는 막막함, 모두가 바빠서 혼자 지내야 하는 생일날 같은 것들.
변선진은 그런 익명의 아이들 중 하나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다. 세상은 수많은 변선진들이 있어 아직 살 만한 것이다.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소통에 대한 열망 역시 공감과 연대라는 좀 더 보편적인 가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림책이 마지막 유고가 되어버린 점은 몹시도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 청소년들이 가진 가능성을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림책인 한편, 한 소녀의 생에 대한 아름다운 기록이고, 우리에게 남은 희망의 메시지다.경쟁에서 이겨 성공을 ‘쟁취’하는 것만이 목적인 세상.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친구들끼리도 견제하고 성적을 비교하고 한치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세상. 어른들은 그게 다 제 탓인 줄도 모르고 혀를 끌끌 차지만 사실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다.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욕심과 열정을 구별할 줄 알고, 속물이 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데서 한없슴 기쁨을 느낀다. 그런 아이들이야말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런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이 한심한 세상도 바뀌어갈 거라는 믿음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지 않은가.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자. 남이 보았을 때 우아 멋진 사람이다란얘길 듣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지만 내가 나에게 “멋진 사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백배 천배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엄마 아빠에게 자랑스런 나보다 선생님께 믿음직한 나보다 진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를 찾자. (2008년 여름. 2학년 1학기의 자기 평가 중에서)누군가의 표현을 빌어서 썩을 대로 썩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소중한 것 한 가지, 사랑. (2009. 6. 14. 일요일 일기 중에서)
“열정과 욕심을 헷갈리지 말자. 욕심이 바라보는 것은 대가이지만, 열정이 바라보는 것은 결코 대가가 아니야.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이 욕심이라 느껴진다면 과감히 버려. 하지만, 그것이 열정이라면 멈추지 마.” (2009. 5. 20. 수요일 일기 중에서)이제 막 어른의 문턱에 서서 진지하게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고 가치 있는 삶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던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면 어린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릴까 봐 걱정했던 듯하다. 변선진이 남긴 창작 일지에는 이 그림책을 위해 기울였던 온갖 수고로움과 심사숙고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열정을 깨닫게 해준다.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는 신인작가 변선진이 오랫동안 구상하고 몰입하고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그림책이다. 어느 작가인들 자신의 작품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을까마는, 이 책이 특별한 까닭은 작가가 어느 대안학교를 졸업한 19세 소녀이고 그 소녀가 졸업 작품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것은, 작가는 이미 2010년 세상을 떠났고 이 책이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고, 훌륭한 재능을 미처 꽃피우기도 전에 저물어 버리는 생명도 수없이 많겠지만 변선진은 이 한 권의 그림책을 통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너무나 아까운 신인의 그림책 『절대 보지 마세요! 절대 듣지 마세요!』
책의 마지막, 변선진양의 엄마는 ‘사랑하는 딸에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편지를 썼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병원의 무균실에서도 너의 미소와 밝음이라는 희망의 선물이 놓여 있었듯이, 네 치유의 선물이 책을 보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남겨지기 위해 너의 동화책이 탄생되어 다시 살아진다고 본다. 그렇게 우리 다시 만나자. 2011년 4월. 너를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p.s. 빛나는 신인을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요즘, 언제나 신인 발굴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바람의아이들에서는 글과 그림을 조화롭게 함께 해낸 신인작가의 탄생에 무척 반가워하며, 한편으로는 그의 부재를 무척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