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MI
글로벌 문구 넘어 유통회사로 변신 : 매경이코노미
나의 친구
2010. 5. 29. 09:37
송하경 모나미 사장 "글로벌 문구 넘어 유통회사로 변신했죠"
국민볼펜 ‘153’과 ‘플러스펜’으로 유명한 모나미가 유통전문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창립 50년 동안 문구전문업체로 꾸준한 성장을 구가했다면, 앞으로 50년간은 문구 제조를 기반으로 한 유통전문회사로 탈바꿈한다는 복안이다 | |||||||||
모나미는 창업주인 송삼석 회장(82)이 1960년 설립한 광신화학공업사가 그모태다. 2세 경영인인 송하경 사장(51)은 93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모나미를 문구 제조사에서 사무용품 유통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주역이다. 송 사장으로부터 모나미의 향후 50년 비전을 들어봤다.
모나미 하면 국민볼펜인 ‘모나미 153’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앞으로 50년을 이끌어갈 대체 필기구는 무엇인지요. 지금까지 153볼펜을 34억개 이상 팔았습니다. 한 자루의 길이가 14.5㎝이니까 이를 늘어세우면 지구 열 바퀴가 넘습니다. 3년 전부터 153볼펜에 이은 차세대 국민 볼펜을 내놓기 위해 연구에 들어갔고 조만간 에프엑스제타(FX Zeta)라는 신제품을 선보일 겁니다. 이 제품은 부드럽게 빨리 쓸 수 있으면서 중성펜처럼 잉크 찌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경쟁 문구업체들은 대부분 팔려간 반면 모나미는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려온 비결이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한 우물을 팠기 때문이죠. 한 우물을 파면 크게 흥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망할 확률은 낮거든요. 50년 동안 문구분야에 매진해온 덕분에 국내 대표 문구기업으로 성장해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학창 시절부터 모나미를 사랑해주신 덕분이죠. 그럴 때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이제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아시아 대표 종합문구회사와 유통전문회사로의 경영비전을 올해 제시했어요. 우선 2015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문구로 1조원을 번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문구 하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저렴한 중국제품에 시장을 뺏겨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많이들 생각하시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고급 필기구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는 늘어납니다. 기능은 물론 디자인도 더 개선되죠. 한국에선 더 이상 중국처럼 싸게는 못 만들어도 좋은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문구를 꾸준히 만들 수 있어요. 매출액도 그리 무모하지 않답니다. 지난해 계열사 매출을 모두 합치면 4100억원이었습니다. 매년 16%씩 성장하면 5년 안에 1조원 매출이 가능합니다. 문구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유통업 매출을 늘리면 불가능하지 않은 목표입니다. 유통업은 문구 제조와 별개 업종이 아닌가요.
지금도 문구 제조업체가 아닌 문구 유통업체랍니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유통부문이 70%를 차지하거든요. 취급상품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순히 문구에 국한하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모든 사무용품을 취급하거든요. 제품 브랜드도 모나미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취급하고요. 현재 법인 사무용품 납품에 있어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하루 약 5000건의 주문을 처리합니다. 서울은 당일 발송, 지방은 그 다음날까지 배달해줍니다. 배송직원들은 모두 PDA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문과 배송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동선을 줄일 수 있어요. 그만큼 고객들의 만족도는 올라가고요. 소모성자재(MRO) 전문업체들도 문구제품에 대해 저희 회사에 아웃소싱을 줄 정도랍니다. 문구용품뿐 아니라 컴퓨터 소모품도 취급하지요. 94년 휴렛패커드(HP)와 손잡고 잉크카트리지 등 프린터 소모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어 2000년에 유통 브랜드 ‘오피스플러스’를 만들었고, 2007년 12월에는 사무용품 편의점 ‘모나미스테이션’(14개 점포)을 열어 일찍부터 유통부문의 사업을 키워왔습니다. 유통 기반을 갖추고 있으니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지겠군요. 여기저기서 팔아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옵니다. 유통이나 물류는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제대로 서비스하지 않으면 고객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죠. 특히 사무용품이 그래요. 저희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항상 이길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강자(대기업)와는 절대 안 붙죠. 싸워서 해볼 만한 시장에만 뛰어듭니다. 요즘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병원을 대상으로 한 물품 공급업입니다. 또한 기존 문방구점을 대체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영업을 생각 중입니다. 7000만원 정도 투자해서 연간 30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파는 물건도 제한을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문구 제조만 고집하지 않고 유통업으로 방향을 튼 결과 4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문구 제조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품경쟁력을 보면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수출품 가운데 일본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제품경쟁력이 없다면 일본으로 그렇게 많이 수출할 수 있었겠습니까. 미국이나 유럽시장은 몰라도 아시아시장에서 문구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현재 중국과 태국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2세 경영인들은 물려받은 사업을 키워보고 싶은 욕구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혹시 실패한 경험은 없는지요. 남들이 볼 때는 실패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저 개인적으로 실패한 사업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실패는 포기할 때 생긴다고 생각해요. 즉, 포기만 안 하면 사업은 실패하지 않는다고 봐요. 단, 무모해선 안 되겠지요. 주제파악도 못하고 일을 저지르면 당연히 실패합니다. 예를 들어 100m에 10초, 11초 안에 뛰는 건 불가능하지만 10km를 1시간 30분 이내에 뛰는 건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본인 역량에 맞춰 경쟁이 취약한 곳을 뚫어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키코(KIKO)로 잠시 경영위기를 겪기도 하셨죠. 키코로 약 1년간의 영업이익이 날아갔습니다. 주거래은행이 하라는 대로 했지만 모르면서 무작정 따라간 저희 잘못도 있지요. 이번 일로 앞으로 잘 모르는 것은 절대 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지요. 환헤지도 앞으로 안 할 생각입니다. 사실 저희는 수출과 수입물량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굳이 환헤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담 : 이제경 부장 cklee@mk.co.kr / 정리 :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5호(10.05.1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