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MI

세계적 명견 50마리 키우는 송하경사장

나의 친구 2010. 6. 3. 22:09

 

 

 품종 개량해 '개 후진국' 벗어나야

[조선일보 주간조선 기자] 종합문구회사인 ㈜모나미 송하경(44) 사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애견파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모나미빌딩 옥상에서 10여마리를, 경기도 안성의 물류센터에서 40여마리를 키운다. 송 사장의 집무실 문을 열자 책장에는 모나미 문구세트와 함께 각종 도그쇼(Dog Show) 트로피가 가득 전시돼 있었다. 그 옆으로는 대형 개 모형과 그림이 눈에 띄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우다이’입니다. 트로피도 모두 우다이가 따온 것들이지요.”

우다이는 독일에서 수입한 로트와일러종으로 커다란 경비견이다. 개를 보고 싶다고 하자 건물 옥상으로 안내했다. 철문을 여니 기다렸다는 듯 10여마리의 개들이 동시에 짖어댔다. 송 사장이 지나가자 철창을 두드리고 꼬리를 흔들었다. 우다이를 밖으로 꺼냈다. 낯선 이를 경계하면서 계속 위협하려 하자 송 사장은 독일어로 소리쳤다. 효과가 있었다. 3년 전 독일에서 수입됐기 때문에 독일어를 더 잘 알아듣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개와 인연을 맺었느냐”는 질문에 송하경 사장은 낡은 흑백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작고 귀여운 아이가 제 키만한 개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 개를 많이 키웠다고 한다.

혈통·DNA 등 종류별 개 DB까지 보관

“초등학교 6학년 졸업 무렵에 저축한 돈을 찾아 8000원짜리 ‘복서’를 샀어요. 제 돈으로 개를 산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죠. 본격적으로 개를 기른 것은 삶의 여유가 생긴 8년 전부터였습니다.”

그가 키우는 개들은 대부분 로트바일러, 도베르만, 셰퍼드, 복서 등 독일종 경비견이라고 한다. 경비견을 키우는 이유는 충성심 때문이다. 송 사장은 “‘개만도 못한 놈’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개만한 사람도 드물다”며 “개는 주인을 위한 충성심이 뛰어나고 거짓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우다이를 데리고 산보를 갔는데, 마침 공사 현장을 지나가게 되었어요. 트럭이 지나가니까 공사 관계자가 저희에게 멈추라고 깃발을 흔들었습니다. 우다이는 그 사람이 몽둥이로 저를 해치려는 줄 알고 바로 점프해서 앞발로 몽둥이를 떨어뜨리더군요.”

처음에는 아마추어 수준이었지만, 점점 이 세계에 빠져들면서 소위 매니아가 되었다. 좋은 개를 수입하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송 사장은 “개 시장에는 사기꾼이 많아 바가지를 씌우고 나쁜 개를 좋은 개로 속인다”며 “심지어 개 족보까지 가짜를 만드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관련서적도 사서 보고 전세계에 있는 브리더(Breeder:개를 전문적으로 번식시키는 이)들과 교류를 쌓기도 했다. 송 사장은 독일어로 쓰인 개 족보를 보여주었다. 독일에는 개의 종류별로 DB가 잘 갖춰져 있다며 선진국일수록 개 관리체계가 뛰어나다고 했다.

“보세요. 셰퍼드는 5대까지 조상들의 이름과 개의 특징이 다 들어있어요. 아버지한테서 나온 개는 몇 마리인지, 세계대회의 수상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다 알 수 있죠. 유전적인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2살 전에 X-ray까지 찍습니다. 심지어 외국에는 개의 DNA 검사를 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는 개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대회에도 내보내고 있다. 경비견이나 경찰견은 ‘슈츠 훈트’라는 훈련테스트가 있어서 복종ㆍ방어ㆍ수색훈련별 점수가 매겨지고, 세계 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송 사장은 “유럽에서 전문 훈련사를 초빙해 안성에 있는 개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진돗개 아직 세계에서 인증 못받아

“세계대회에서 수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우문을 던졌다.

“개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후진국입니다. 일본도 후진국이었는데 최근 벨기에에서 좋은 개를 훈련시켜서 우승하는 바람에 위상이 높아졌어요. 우리나라에서 기른 개가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월드컵과 올림픽을 유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죠. 물론 교배를 위해 비싸게 팔면 돈도 벌 수 있습니다.”

도그쇼에서 1등을 하면 개 한 마리가 5억원까지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송 사장은 예전에는 미국이나 브라질에서 많이 사갔는데 최근에는 중국에서 싹쓸이해 간다고 귀띔했다.

송하경 사장은 “이제 원하는 혈통을 가진 수놈과 암놈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수입을 하기보다는 교배를 통해 훌륭한 자견(子犬)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개마다 혈통과 특징이 다 있습니다. 암캐와 수캐를 잘 보완해 교배시키면 좋은형질을 지닌 개가 나오겠죠. 예를 들면 엉덩이쪽이 가라앉은 ‘우다이’와 그 부분을 보완해줄 암놈을 구해 교배하는 겁니다. 결국 어느 누가 잘생기고 유전적으로도 좋은 완벽한 개를 만드는가가 중요합니다.”

송 사장은 독일이 스테파니츠 등의 토종개를 보존, 개량해 셰퍼드, 도베르만 등 명견으로 길러냈듯이 명견이야말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개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셰퍼드가 처음에는 소·양을 이리떼로부터 지키기 위해 컸지만 총이 생겨나면서 작은 개로 바뀌었다”며 “원래 개는 1∼2종류였는데 지금은 200여가지 종류로 늘어난 이유가 사람들이 목적에 맞게 변형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진돗개는 세계적으로 어느 수준일까. 송 사장의 말은 다소 충격이었다. 아직까지 FIC(세계축견연맹)에 인증조차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진돗개는 1995년 한국개로는 유일하게 FIC에 등록됐지만, 2005년 다시 정식등록 절차를 밟아 인증을 받아야 한다. 명견임을 입증하는 데이터와 표준체형 등에 관한 연구가 덜 됐기 때문. 내년에 인증을 받으면 외국 수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예전에는 진돗개의 수요가 제법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떨어졌습니다. 진돗개의 장점은 영리하고 깔끔해서 똥 오줌도 잘 가립니다. 하지만 야성(野性)이 강해서 친화성이 부족해요.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잘 싸웁니다. 앞으로 젊은층에서 할 일은 진돗개를 어떤 역할로 쓸지 연구해 개량하는 것입니다.”

애견 전문 쇼핑몰도 운영

송하경 사장은 아예 개를 사업으로도 연결시켰다. 8000여가지의 제품을 갖춘 애견용품 전문 인터넷 쇼핑몰 모나미펫(www.monamipet.com)을 운영하고 있다.

“개 종류가 많다보니 빗, 가위, 샴푸 등 모든 게 달라야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애견용품을 파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물건만 소개시켜준 게 아니라 왜 개에게 이런 상품이 필요한지 설명도 자세히 덧붙였습니다. 최근 애완견 키우기 붐이 일어나면서 쇼핑몰도 난립하고 가격경쟁도 치열하지만, 저희는 고정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송 사장은 ‘닥터펫’이란 종합 동물병원에 출자하기도 했다. 닥터펫은 일반 동물병원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고도의 수술을 시행하는 종합병원이다. 동물병원으로는 최초로 뇌, 척추, 관절 등의 질병 진단을 위한 MRI 장비도 갖추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노인견이 많이 생겨서 노환으로 인한 백내장수술이 많아요. 관절이 약해서 인공관절 수술도 하고 있습니다. 개를 입원시키면 주인이 와서 같이 자는 풍경이 연출되죠.”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넷판에서는 지난 6월 14일 “한국의 20ㆍ30대 독신여성이나 자식없는 부부들은 애완견과 가족처럼 지내고 1990년대 말부터 애완견 관련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350만마리에 이르는 애완견이 주인의 생활방식까지 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애견시장이 2조원대로 급성장하면서 ‘보신탕을 먹는 야만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희석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에 납골당까지 갖춘 애완견 장례식장이나 여름 휴가철에 개를 맡겨두는 ‘애견호텔’이 성황을 이루는 등 ‘지나친 애완견 사랑’에 부정적인 의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송 사장은 이에 대해 “애완견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본다”며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다보면 고기를 먹일 수도, 아프면 치료받게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문제는 유행으로 개를 키우는 것입니다. 외국은 어렸을 때부터 개를 키우는 환경에 익숙한 반면 우리는 호기심으로 키워요. 애가 개를 사달라고 조르면 사주지만 처음에만 좋아하다가 똥 오줌을 못가리면 미운털이 박히죠. 박세리 선수가 애완견 스누피를 갖고 오자 한때 국내에서 엄청난 유행을 했어요. 가격이 두 배로 뛰었죠. 하지만 스누피는 키우다보면 커지고 사냥개처럼 시끄럽거든요. 많은 개가 버려졌어요.”

송하경 사장의 바람은 현재의 개인적인 애견문화가 보다 사회적인 형태로 변화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주말을 이용해 경기도 안성의 훈련소를 오픈하고 일반인들도 자신의 개를 데려 와서 서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개 도네이션을 활성화해 버려지는 개들을 입양시키는 등의 운동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애견소식|2004/06/27 00:15 

(박란희 주간조선 기자 rhpark@chosun.com )

http://blog.paran.com/ciber1/268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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