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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인터뷰
국내 화단에서 기인으로 알려진 에로틱 아티스트
박태성의 ‘팜므 파탈 예찬론’
“여인은 인생의 위대한 스승
여체는 작품의 신선한 영감”
박태성 화백은 국내에서 대중적 인지도는 약하지만 일본 니혼 갤러리 전속 작가로 더 유명하다. 그의 첫 개인전도 2000년 4월 일본에서 열었다. 그는 요즘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누드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누드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작업실에서 속옷까지 다 벗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추위 탓에 옷을 다 벗지는 않았지만 누드 상태에서 누드화를 그리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 인터뷰는 생각보다 진지했다.
피부의 솜털까지 묘사하는 극사실주의
한 여자가 캔버스 속으로 들어간다. 옷을 벗고 요염한 자태로 보는 이를 유혹한다. 작품 속의 배경에는 꽃 나비가 등장한다. 꽃은 식물의 성기로서 여성의 이미지를 노출시킨다. 꽃을 찾아 노니는 나비는 남성의 상징이다. 갑골문자나 초기 상형문자의 형상도 있다. 자세히 보면 인도 탄트라 조각의 성애 장면, 벌어진 꽃잎, 남녀의 키스 장면, 모던화된 성기 등을 통해 음양 교합의 동양적 세계를 보여준다. 여체는 자연스럽게 강렬한 성적 에너지를 발산한다. 팜므 파탈의 눈빛 그대로다.
박태성 화백이 그리는 여인들은 고전적 미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수줍음을 타는 여인이 아니라 자신의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현대적 미인상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미인들이다. 이는 현실적 모델의 몸매를 바탕으로 그가 추구하는 미적 이미지와 시적 이미지를 결합해 만든 미인으로 마치 사이버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박 화백은 여체를 일단 관능의 덩어리로 만들어 놓고,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적인 상상을 유발시킨 후 메시지의 포문을 연다. 물론 관음의 즐거움도 있다. 시선을 압도하는 고혹적인 여체의 이미지는 건강한 성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여체의 솜털까지 꼼꼼하게 공필화 수법으로 묘사하는 그의 그림은 사진이 도달할 수 없는 세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화폭 속의 여인을 툭 건드리면 봉선화처럼 터질 듯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른바 하이포 리얼리즘의 세계다. 박태성 화백이 추구하는 누드화가 관능의 세계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박화백은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저는 그림에서 건강한 성의 이미지를 통해 자유 평화 사랑의 메시지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제 삶의 질을 바꾸어 놓은 것은 모두 여인들이죠. 생명을 탄생시킨 어머니와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여인들이 제 작품에 영감의 대상입니다. 아울러 여인은 내 인생의 위대한 스승이기도 하죠.”
화가에게 여성은 육체성으로 다가온다. 화가는 여자를 그리는 것이 조물주처럼 여자의 몸을 만들고 생명을 부여한다. 성적인 욕망의 대상이 제대로 완성되었을 때, 정신과 육체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다. 몸은 자아를 담는 그릇일 뿐 아니라 자아 자체가 되기도 하며 내적 정체성의 기반이다. 남성의 손으로 빚어낸, 남성을 위한 여성의 몸은 여성의 자아 인식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박 화백의 답은 ‘노우’ 다.
“원초적 본능의 세계인 성은 가장 예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이분화시키면서 동질화시키는 이데아입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바로 몸에서 나오죠. 몸은 누가 엿보라고 만든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생겨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작가는 인체를 통해 여성의 여성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건강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죠. 저 역시 남자니까 여자에게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죠.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심리공부를 하다보니 다른 어떤 것보다 누드화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생기더라구요.”
소설가 고 이병주는 정 주고 떠난 님을 그리는 여인을 일러 ‘여체는 슬프다’라고 표현했다. 조선시대 여류시인의 한시에 등장하는 가을부채는 화로동선과는 달리 쓸모없는 부채다. 그 부채를 정표로 주고 떠난 님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가부장 문화권에서 버림받는 존재로서의 여인은 유행가 가락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이미지다.
박태성 화백의 그림에 등장하는 나신의 여인들은 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항구의 여인들이 아니다. 2%도 부족함이 없는 관능의 몸짓은 흐벅진 육덕과 육자배기 가락으로 마도로스를 유혹하는 창부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나를 찾지 않으면 못 배길 걸’하는 강렬한 유혹을 보낸다. 이 요부들이 노리는 것은 세기말 유럽의 팜므 파탈처럼 남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정복이다. 박 화백이 추구하는 자유 평화 사랑의 메시지는 바로 성적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생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다. 단순한 성욕과는 다르다. 그에게 있어 섹스는 종합예술인 셈이다.
‘하느님, 내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도와주소서’
성 에너지를 수련하는 인도식 탄트라의 세계관에서 보면 원초적 생명 에너지인 쿤달리니가 하복부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에너지가 일곱 단계의 쿤달리니에 도달하면 해탈 성자가 된다. 말하자면 성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해탈에 대한 욕망이다. 피리 소리를 듣고 코브라가 또아리를 틀고 나오는 모습은 바로 쿤달리니 상승을 놀이문화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30분 동안 기도부터 합니다. ‘하느님, 내 감성이 메마르지 않게 도와 주소서’라고 말입니다. 예술을 하면 남을 감동시켜야 하는데, 저부터 감동이 안되면 어떻게 작업을 하겠어요. 저는 여인의 인체에 매일 감동하고 있죠. 여자에 대한 미적 탐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14년 동안 공부했던 사상체질 의학도 여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죠. ”
박태성 화백의 그림은 인체 부위별로 에로티시즘의 미학에 충실하다. 잘록한 허리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가슴과 엉덩이를 더 풍만하게 보이게 한다. 그의 작품 중 남녀의 두 손이 강렬하게 결합된 ‘Knot' 은 에로티시즘 미학의 압권이다. 손가락은 서로를 갈망하는 의지를 담은듯 팽팽한 근육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서양화에서 여자의 손은 선악과를 따는 부정의 손이었다. 아담을 유혹한 것은 눈빛이었지만 그 유혹의 매개는 선악과를 따서 건네 준 손이었다. 박 화백 그림에서 나신을 드러내는 여자들의 손은 끄러움을 가리는 도구가 아니라 그림 속으로 들어오라는 유혹의 몸짓이다.
나신의 가슴은 관대함을 과시하는 둥근 젖가슴과 절제된 단아함을 보여주는 원뿔형 가슴들이 대조를 이룬다. 여자의 입에 대한 관심은 곧 입술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입술은 하나같이 육감적으로 키스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입은 시집살이와 함께 벙어리 3년으로 표현하듯 압박과 설움의 응어리였다. 세속의 금기가 강할수록 깨고 싶은 욕망도 강하게 작용한다. 박 화백이 창조한 여인들의 입은 한결같이 닫혀 있지만 자유를 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박 화백 그림 속의 여인들의 머리카락 또한 성적 함의를 띄우는데 일조를 한다. 이슬람교에서 여성의 머리에 차도르를 두르는 것도 이런 상징의 반영이다. 반듯하게 풀어헤친 머리카락은 욕정의 표현이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는 머리카락을 풀기 위한 전초적 단계다.
원시 사회에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가슴과 엉덩이는 고대 조각품에서 과장되게 나타난다. 박화백 그림에서는 생산기능을 압축시키고 절제된 균형으로 에로티시즘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여자가 걸친 의상은 감춤의 미학보다 인체의 섹슈얼리티를 더욱 강조하는 소품이다. 엉덩이에 내재된 욕망의 확산이 관음증을 유발시킨다.
만 레이의 사진 작품 ‘기도’는 여자의 엉덩이를 클로즈 업 한 작품이다. 박화백의 그림 ‘초록 여인’ 에는 뒤돌아 앉은 여자의 엉덩이가 클로즈업 되어 있다. 뒤로 뺀 손에는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다. 장미는 치명적인 유혹의 암시일 수도 있어 팜므 파탈의 능수능란한 사인처럼 보인다. 초록이 지닌 무성한 생명력이 성 에너지와 일맥상통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 레이의 엉덩이가 기도의 염원을 담았다면, 박 화백의 엉덩이는 원초적 본능에 대한 희구를 담고 있다.
누드 모델 54명이 들어가는 4년 공정의 대형 누드화
동양사회에서 맨발은 속살 만큼이나 치부를 드러내는 여성 억압 문화의 상징이었다. 박 화백의 누드화에서 나족은 그런 억압 구조의 통설을 깨고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 전통문화의 한 단면인 심리적 전족 컴플렉스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이 박 화백의 생각이다.
박 화백은 요즘 일생에 남을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작업실 벽면에 가로 14m, 세로 2m40cm의 순한지 캔버스를 붙여 놓고 대형 누드화를 구상 중이다.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이런 종이를 만드느라 3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종이를 배접할 수 있는 토끼 가죽 아교를 실험하기 위해 중국까지 드나들었다. 이 대형 캔버스에는 누드 모델 54명이 실물 크기로 들어가는데 하루 8시간 작업해서 4년이 걸린다. 벽에 대고 작업을 하기 위해 독일에서 리프트를 들여와 첨단 장비로 만들었다.
“모델은 2살배기 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망라됩니다. 10대 모델을 구하기 힘들어 제 딸을 활용했죠. 시장통 아줌마는 중국에서 구했죠. 다운중후군 환자나 장애인들도 함께 참여시킬 작정입니다. 이 그림의 궁극적 화두는 사랑이며 자유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을 겁니다.”
그동안의 작업과는 달리 이런 대작을 앞두고 그는 젊은 여자는 모두 아름답다는 편견을 버렸다. 박 화백은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다. 유방암으로 절제수술을 받은 아내를 모델로 그리며, 수술 자국의 주름에서 애정과 연민을 교차시킨다. 나이든 여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 화백의 대작에서는 늙은 젖가슴을 지닌 여인이 당당하게 화폭 속으로 들어온다. 젖가슴은 오랫 동안 어머니의 가슴이 주는 성스러움에서 관능적인 가슴으로의 전환되어 왔다. 박 화백은 다시 성스러운 가슴으로 돌아간다. 임신한 여자의 배 주위에 남긴 세월의 흔적도 생명력의 표현이다. 그가 추구하는 순수한 에로티시즘의 뜨거운 욕망은 곧 유한한 삶에 대한 집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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